2012-10-15

타란튤라 사육 환경과 타란튤라 유체의 먹이반응


최근 기숙사에서 타란튤라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생활하는데 너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제 타란튤라의 사육 환경과 타란튤라가 보이는 먹이 반응, 기타 행동에 대해서 써 보겠습니다.

타란튤라는 외국산 거미입니다. 색이 화려하고 관리하기가 간편하죠. 저는 로즈 헤어 타란튤라(Grammostola rosea)를 선택했습니다. 변덕스럽지 않기 때문에 다루기 편하고 쉽게 죽지 않는다(출처)고 합니다. 저는 자주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이러한 로즈 헤어 타란튤라의 특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렙타일리아(링크)에서 로즈헤어 2cm급 유체를 구입해 2012년 10월 6일부터 두 마리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림 1. 사육장(중앙) 두개가 책 사이에 자리잡은 모습. 각각 로즈 헤어 2호(소위 '베인', 왼쪽 사육장), 로즈 헤어 1호(소위 '티모', 오른쪽 사육장)을 한 마리씩 담고 있다. 사육장 밑에는 온도 조절기가 있다.
액정 화면(왼쪽 사육장 아래쪽)과 LED(상단)이 현재 가열중임을 알리고 있다. 
사육장 환경은 위의 그림 1. 과 같이 너무 밝지 않은 곳입니다. 조명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던 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별도로 설치한 것은 없습니다. 바닥재가 건조해 보일 때마다(하루에 한번 정도) 수돗물 30ml를 바닥재 한 곳에 주사기로 뿌려 주는 것으로 습도를 조절합니다. 온도는 자작한 온도 조절기를 이용하여 조절합니다. 온도조절기는 시멘트 저항과 철판, 골판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멘트저항에서 발생한 열이 철판과 골판지를 통해 사육장 바닥으로 전달되는 구조이며 자연 대류에 의해 대부분의 열이 전달됩니다. 순간 최대 출력은 20W정도이며 시멘트저항의 온도가 35.0도에서 40.0도 범위 내에서 능동적으로 조절됩니다. 사육장 내부에는 바닥재로 짚이 깔려 있어 보습과 단열 작용을 합니다. 그 위에 놓인 숯은 은신처 역할을 하는데, 동시에 곰팡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밥그릇으로는 페트병 뚜껑을 낮게 자른 것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뚜껑은 열고 닫을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철망으로 되어 있어 환기가 잘 되고 관찰이 용이합니다. 벽면에는 직경 2mm 정도의 숨구멍이 10개 내외 뚫려 있습니다. 사육장의 높이는 10cm 이하로 되어 있어 타란튤라가 떨어졌을 때 다치지 않게 하고, 관리가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로즈 헤어 2호(소위 '베인', 왼쪽)는 페트병 재질로 되어 있는 사육장에, 로즈 헤어 1호(소위 '티모', 오른쪽)는 전용 사육장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페트병은 두께가 얇아 온도 편차가 비교적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림 2. 밀웜 사육장. 검은 것은 숯덩이다. 흰 종이는 휴지, 갈색 가루는 밀웜 먹이 겸 바닥재.
철사를 구부려 핀셋으로 쓰고 있다.
내가 햄버거를 먹을 때마다 양상추를 조금 꺼내서 잘 씻은 후 먹이로 주고 있다.

먹이는 소형 밀웜을 이틀에 한번 정도 주고 있습니다. 밀웜을 기르다 보면 크기에 편차가 생기는데 당분간 직경 2mm이내인 것을 '가늘다', 직경 3mm정도 되는 것을 '굵다'고 부르겠습니다. 티모는 기르기 시작한지 4일 후인 10월 10일 오후에 가느다란 밀웜을 먹기 시작해 12일 오전, 13일 저녁에 가느다란 밀웜을 한 개씩 먹었고, 베인은 13일 새벽에 굵은 밀웜을 한 개 먹었습니다. 베인의 사육장이 더 늦게 마련되었기 때문에 적응이 늦은 것이라 추측합니다.
로즈헤어는 먹이를 사냥하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가 덮친 후 먹이가 죽을 때까지 다시 기다리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먹이가 가까이 있으면 몇 차례 짧게 이동하는데, 이런 패턴은 먹이가 꿈틀댈수록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 몸집의 수 배에 해당하는 거리를 빠르게 움직여 먹이에게 독니를 박습니다. 이 때 로즈헤어가 밀웜의 머리를 물면 사냥이 빠르게 끝나고, 꼬리를 물면 사냥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보통 사냥은 수 분 내에 끝나서 로즈헤어가 먹이를 끌고 은신처로 돌아가 먹습니다. 하지만 자기 몸집 정도 되는 굵은 밀웜을 상대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한 시간 걸릴 때도 있습니다. 아래는 10월 13일 새벽 베인이 굵은 밀웜을 상대할 때 기록한 것입니다.
밥그릇에 두니 먹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치우다가 실수로 베인에게 밀웜을 던졌다. 베인이 꽤 큰 밀웜을 덮쳤다. 밀웜은 계속 버로우하려 하지만 베인이 꼬리를 물고 있다.
10분이 지나도 밀웜이 발버둥치고 있다.
15분이 지나도 밀웜이 움직인다. 베인이 밀웜을 옮기려 하지만 실패한다.
20분째 밀웜이 살아있다. 베인이 밀웜을 다시 한번 당기려 했다.
25분째 밀웜 꿈틀댐.
30분. 밀웜은 죽은 것 같은데 베인은 그냥 서 있다.
취소 . 아직도 밀웜이 상당히 잘 살아있다.
35분. 밀웜을 살짝 놨다가 다리로 제압한 후 몸통 쪽을 다시 물었다.
40분. 밀웜이 계속 꿈틀댐
50분. 베인이 밀웜을 물고서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사냥 끝난듯. 하지만 밀웜은 계속 움직이는데.
60분 . 밀웜이 아직도 조금씩 꿈틀댄다. 너무 졸려서 더는 관찰 못하고 잤다.
여튼 다음날 일어나 보니 베인이 통통해져 있더군요. 밀웜 시체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

그림 3. 로즈 헤어 2호(소위 '베인')의 옆모습(왼쪽)과 로즈 헤어 1호(소위 '티모')가 벽을 기어다니는 모습(오른쪽). 사육장 벽면을 자주 돌아다니며 벽을 발로 두드리곤 한다. 오른쪽 사진과 같이 다리를 구멍에 넣어보곤 한다.

로즈 헤어 타란튤라가 사육장에 적응하는 동안 가장 자주 보인 행동은 숨어 있는 것과 벽면을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숨어 있을 때에는 숯 사이의 그늘진 곳이나 지푸라기 사이에 숨어 있으려 하고, 몸을 웅크리기도 합니다. 진동을 느꼈을 때 주로 이럽니다. 키보드 타이핑을 하는 정도의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스피커 진동에도 약간 반응하는 것 같더군요. 벽면이나 천장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은 적응이 되려고 한다 싶을 때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림 3의 오른쪽 사진처럼 숨구멍에 다리를 넣어 보기도 하죠. 그리고 물기가 있는 것을 싫어합니다. 바닥재에 물이 맺히는 정도가 되면 벽을 타고 올라가 도망갑니다. 혹은 다리를 입으로 가져가기도 합니다. 털을 정돈하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두 타란튤라가 일정한 시간차를 보이며 같은 행동을 보인다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티모가 천장을 돌아다니면 다음달은 베인이 천장을 돌아다니는 식입니다. 티모의 사육장이 늦게 마련되고 10일에 한번 변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관찰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관찰이 부족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림 4. 로즈헤어 1호(소위 '티모')와 2호(소위 '베인')의 행동 Timeline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