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 닭 두마리 묶음(총 2kg)을 전날 홈플러스에서 16000원에 사 와서 냉동해 두었다가 바베큐 당일 시작 3시간 전에 손질을 시작했습니다. 주방이 없기 때문에 책상에 쓰레기 봉투와 휴지를 깔고 비닐장갑을 이용했습니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3-5분간 닭을 해동시킨 후 미지근한 물로 씻어 핏물을 씻어냈습니다. 여전히 닭이 얼어 있었기 때문에 잠시 두었다 닭을 펼치고 허브맛솔트(백설, 순한맛)으로 닭을 문질러 간을 했습니다. 맥주캔이 잘 꽂아질 수 있도록 필요없는 부위는 가위로 잘라냈습니다. 껍질이 더 바삭하게 구워지기를 원했기 때문에 닭의 껍질 밑에 손을 넣었습니다. 주사기를 이용해 염지액(소금, 설탕 실온 포화용액)을 가슴살과 다리살 안에 주입해 주었습니다. 쓰레기봉투로 닭을 포장하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1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2시에 갑천가에 도착해 짐을 풀고 맥주캔 반 정도 비운 후 닭에 꽂았습니다. 닭에 있는 구멍의 깊이가 맥주캔의 길이보다 많이 짧기 때문에 닭은 견고하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살짝 걸쳐지는 것에 가깝게 됩니다. 너무 무리하게 힘을 주는 바람에 맥주캔 하나는 찌그러지고 구멍이 나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닭 한 마리는 배를 갈라 잘 익도록 펼쳐 주었습니다. 이런 손질 과정에서 쓰레기 봉투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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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맥주캔에 닭을 꽂은 모습 (왼쪽), 닭을 펼친 모습 (오른쪽) 뼈 주변이 잘 안 익으므로 뼈가 아래로 오게 했다. |
닭은 손질하는 한편 숯에 불을 붙였습니다. 구멍이 뚫린 긴 막대 모양의 압착성형숯을 사용했습니다. 생각보다 불이 잘 붙지 않았습니다. 숯 통 밑에 돌 같은 것을 괴어 놓아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토치를 이용해 숯가루와 착화탄에 불을 붙인 후 1시간정도 걸려 압착성형숯에 불이 옮겨붙도록 하였습니다. 불이 어느 정도 붙은 후에 숯 통을 그릴에 넣었는데, 이 때 착화탄이 완전히 타서 부스러지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숯 통을 옮길 때에는 면 장갑을 두 겹으로 낀 손으로 들어서 옮겼습니다. 좀 위험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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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불 피우는 과정. 불이 옮겨 붙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
그릴에 숯과 훈연재를 넣고 닭을 올린 후 골판지 상자(택배상자)로 그릴을 덮어줍니다. 그리고 온도를 측정합니다. 저는 '벤타 스타디지털온도계'를 사용했습니다. 상자 내부의 온도가 100도인 것으로 측정되어서 걱정했는데 요리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마 온도를 재는 위치나 온도계의 종류가 문제였을 것입니다. 제가 사용한 온도계는 액체나 요리 내부 온도를 재는 용도였으니까요. 솔방울은 대여섯개 넣었는데, 완전히 적셔서 넣어도 30분 내에 완전히 타 버렸습니다. 한시간 반쯤 지나니까 닭 읽는 냄새가 고소하게 나기 시작했습니다. 두시간 후에 박스를 치우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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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왼쪽 : 종이박스와 그릴을 이용해 훈제를 하기 위한 구조. 오른쪽 : 사용한 온도계. -50도~300도 범위. 음식 내부나 액체의 온도를 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반응속도가 느리다. |
닭이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습니다. 잘 익었고, 껍질은 바삭바삭했습니다. 껍질에서 솔방울 냄새가 필요 이상으로 났습니다. 솔방울은 별로더군요. 닭 가슴살은 퍽퍽해서 허브맛 솔트에 찍어 먹었습니다. 둘이서 저녁으로 아주 배부르게 먹고 방에 가져가서 야식으로 또 먹었습니다. 매실액과 같이 먹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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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종이박스를 치운 직후 닭의 모습(왼쪽)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의 모습(오른쪽). |
비어캔 치킨이라고 해서 맥주가 맛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추측이지만 캔에 물을 채워도 큰 차이 없을 것 같더군요. 하지만 닭을 세워놓으면 훈제가 더 골고루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 4의 왼쪽 사진을 보면 펼쳐 놓은 닭에 비해 세워 놓은 닭이 전체적으로 더 진한 색을 띄고 있습니다. 한편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퍽퍽한 닭가슴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소스를 준비하거나 염지를 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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