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31

로즈헤어 타란튤라의 집짓기에 대해서

로즈헤어 타란튤라 유체 2마리 (소위 '티모', '베인')을 기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탈피를 했는데, 제가 기르기 시작한 후로는 처음 하는 것이지요. 주말에 자리를 비운 새 탈피를 했기 때문에 자세한 과정은 관찰하지 못했지만 탈피 기간에 티모와 베인이 친 거미줄에 대해 써 보고자 합니다. 그러기에 앞서 먼저 사육 환경 변화와 타란튤라의 행동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을 간단히 설명하고요.

우선 기숙사 난방이 시작되어서 생긴 변화입니다. 온도 조절기를 뺐습니다. 평상시 온도가 25도 이상이고 컴퓨터를 켜면 30도 넘게 올라가기 때문에 더이상 온도 조절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숙사가 건조해졌기 때문에 분무기로 실내 습도 조절을 하고 매일 30~60ml씩 사육장에 물을 넣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즈헤어 타란튤라가 빛을 몹시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형광등 불빛 정도는 상관 없을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빛의 방향이 바뀔때마다 그늘진 곳을 찾아 피해다니더군요. 그래서 더 어두운 곳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사실 타란튤라가 빛을 싫어하는 습성을 이용하니 관찰이 더 쉬워졌습니다. 그늘 방향에서 관찰하면 쉽게 타란튤라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자기 전에 침대에 엎드려서 한번씩 보고 있습니다.

그림 1. 빛 진행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관찰하면 타란튤라를 더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티모와 베인 모두 어느 정도 음식을 먹고 나니 은신처에 틀어박혀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더군요. 티모는 가느다란 밀웜 5마리, 베인은 굵은 밀웜 3마리를 먹고 나서부터 그랬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지내기 시작한게 10월 19일이었고 탈피를 한 게 27일이나 28일의 일이니 약 10일간 탈피 거식 기간을 가진 것입니다. 그냥 밥만 안 먹는 것이면 좋겠지만 움직임도 거의 없이 숨어 지내기 때문에 기르는 입장에서는 좀 답답합니다. 이 기간엔 매일 60ml씩 물만 주었습니다.

탈피를 마친 후 티모와 베인이 지어 놓은 집의 모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통점은 그늘진 곳이라는 것이고, 차이점은 티모가 널찍한 곳에서 사는 반면 베인은 좁은 구석에서 산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차이점은 사육장의 뚜껑 차이에서 생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티모의 은신처 위는 검은 플라스틱으로 가려져 있는데 비해 베인의 은신처 위는 철망으로 되어 있어 가려져 있지 않죠. 추측일 뿐입니다.

그림 2. 티모와 베인이 지어 놓은 집의 모습.
오늘 베인에게 먹이를 줘 봤습니다. 은신처로부터 3cm정도 떨어진 곳에 꽤 굵은 밀웜(지름 3mm정도)을 놓았는데 30분 후에 사냥을 시작하고 5분 정도 걸려서 은신처로 끌고 오더군요. 베인이 먹고 별 탈이 없으면 내일 티모에게도 먹이를 줄 생각입니다.

그림 3. 밀웜을 은신처로 끌고 온 베인. 폰카라 초점이 잘 안 잡히네요.
Timeline으로 글을 마칩니다.
그림 4. 티모와 베인 행동 관찰 Timeline. 2012.10.15~10.31

2012-10-30

10월 25일 닭 훈제 후기

친구 1명과 함께 10월 25일 대전 갑천가 바베큐장에서 맥주캔을 이용한 닭 훈제를 성공적으로 했습니다. 그릴 뚜껑 대신 종이박스를 이용했고, 훈연재로는 솔방울을 사용했습니다. 준비에는 반나절이 걸렸고 불을 붙이는데 1시간, 요리에 2시간이 걸렸습니다.

1kg 닭 두마리 묶음(총 2kg)을 전날 홈플러스에서 16000원에 사 와서 냉동해 두었다가 바베큐 당일 시작 3시간 전에 손질을 시작했습니다. 주방이 없기 때문에 책상에 쓰레기 봉투와 휴지를 깔고 비닐장갑을 이용했습니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3-5분간 닭을 해동시킨 후 미지근한 물로 씻어 핏물을 씻어냈습니다. 여전히 닭이 얼어 있었기 때문에 잠시 두었다 닭을 펼치고 허브맛솔트(백설, 순한맛)으로 닭을 문질러 간을 했습니다. 맥주캔이 잘 꽂아질 수 있도록 필요없는 부위는 가위로 잘라냈습니다. 껍질이 더 바삭하게 구워지기를 원했기 때문에 닭의 껍질 밑에 손을 넣었습니다. 주사기를 이용해 염지액(소금, 설탕 실온 포화용액)을 가슴살과 다리살 안에 주입해 주었습니다. 쓰레기봉투로 닭을 포장하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1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2시에 갑천가에 도착해 짐을 풀고 맥주캔 반 정도 비운 후 닭에 꽂았습니다. 닭에 있는 구멍의 깊이가 맥주캔의 길이보다 많이 짧기 때문에 닭은 견고하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살짝 걸쳐지는 것에 가깝게 됩니다. 너무 무리하게 힘을 주는 바람에 맥주캔 하나는 찌그러지고 구멍이 나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닭 한 마리는 배를 갈라 잘 익도록 펼쳐 주었습니다. 이런 손질 과정에서 쓰레기 봉투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림 1. 맥주캔에 닭을 꽂은 모습 (왼쪽), 닭을 펼친 모습 (오른쪽) 뼈 주변이 잘 안 익으므로 뼈가 아래로 오게 했다.

닭은 손질하는 한편 숯에 불을 붙였습니다. 구멍이 뚫린 긴 막대 모양의 압착성형숯을 사용했습니다. 생각보다 불이 잘 붙지 않았습니다. 숯 통 밑에 돌 같은 것을 괴어 놓아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토치를 이용해 숯가루와 착화탄에 불을 붙인 후 1시간정도 걸려 압착성형숯에 불이 옮겨붙도록 하였습니다. 불이 어느 정도 붙은 후에 숯 통을 그릴에 넣었는데, 이 때 착화탄이 완전히 타서 부스러지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숯 통을 옮길 때에는 면 장갑을 두 겹으로 낀 손으로 들어서 옮겼습니다. 좀 위험하더군요.
그림 2. 불 피우는 과정. 불이 옮겨 붙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릴에 숯과 훈연재를 넣고 닭을 올린 후 골판지 상자(택배상자)로 그릴을 덮어줍니다. 그리고 온도를 측정합니다. 저는 '벤타 스타디지털온도계'를 사용했습니다. 상자 내부의 온도가 100도인 것으로 측정되어서 걱정했는데 요리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마 온도를 재는 위치나 온도계의 종류가 문제였을 것입니다. 제가 사용한 온도계는 액체나 요리 내부 온도를 재는 용도였으니까요. 솔방울은 대여섯개 넣었는데, 완전히 적셔서 넣어도 30분 내에 완전히 타 버렸습니다. 한시간 반쯤 지나니까 닭 읽는 냄새가 고소하게 나기 시작했습니다. 두시간 후에 박스를 치우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3. 왼쪽 : 종이박스와 그릴을 이용해 훈제를 하기 위한 구조. 오른쪽 : 사용한 온도계. -50도~300도 범위. 음식 내부나 액체의 온도를 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반응속도가 느리다.

닭이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습니다. 잘 익었고, 껍질은 바삭바삭했습니다. 껍질에서 솔방울 냄새가 필요 이상으로 났습니다. 솔방울은 별로더군요. 닭 가슴살은 퍽퍽해서 허브맛 솔트에 찍어 먹었습니다. 둘이서 저녁으로 아주 배부르게 먹고 방에 가져가서 야식으로 또 먹었습니다. 매실액과 같이 먹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그림 4. 종이박스를 치운 직후 닭의 모습(왼쪽)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의 모습(오른쪽). 

비어캔 치킨이라고 해서 맥주가 맛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추측이지만 캔에 물을 채워도 큰 차이 없을 것 같더군요. 하지만 닭을 세워놓으면 훈제가 더 골고루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 4의 왼쪽 사진을 보면 펼쳐 놓은 닭에 비해 세워 놓은 닭이 전체적으로 더 진한 색을 띄고 있습니다. 한편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퍽퍽한 닭가슴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소스를 준비하거나 염지를 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바위를 처음 그려본 소감

지금까지는 인체에 주로 신경을 쓰며 그렸는데 요즘엔 배경에 신경을 쓰며 그림을 그려 보고 있습니다. 인체의 모양은 복잡하지만 규칙을 정확히 지키면 그럴싸하게 그려지는데 비해 배경의 바위는 모양이 단순하지만 무작위적인 모양이라 생각할 것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형태를 정확히 잡아서 명암을 넣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인체 묘사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림 1. MOEBIUS-TRANSE-FORME - Blueberry (La ligne qui danse #2) (왼쪽),  따라 그린 그림 (오른쪽)

9월 말에 위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생각보다 배경을 어색하지 않게 그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원 그림에서 먼지구름과 바닥의 점선은 대각선으로 그려져 있어 역동적인 느낌을 더하고 있고, 크기와 각도에 차이가 있어 바위산과의 거리가 느껴지게 하고 있습니다. 따라 그린 오른쪽 그림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고 납작해 보입니다. 사진이라 물감의 요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썩 잘 그린 그림은 아닙니다.
그리고 멀리 있는 바위산의 모습이 비현실적입니다. 이 그림의 분위기에서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만약 현실적인 묘사를 하고 싶은 상황이었다면 저 바위산은 적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림 2. 왼쪽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썬더블러프 화면, 오른쪽 : 썬더블러프를 그림으로 따라 그리는 과정. 밑그림 단계. 균형이 오른쪽으로 치우쳤네요. 인물의 크기와 위치를 수정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경 위주로 그림을 그려 볼 생각입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나오는 썬더블러프를 그려 보고 있습니다. 높은 바위산 위에 있는 마을의 모습이죠. 가장 먼저 황토색 원통을 그리고 주변을 녹색으로 칠해서 경계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갈색으로 그림자를 칠하면서 바위의 세부 모양을 잡았습니다. 대충 삼각형을 몇 개 그린 후 그 위에 선을 몇 개 그리는 식으로 했습니다. 실제 바위 사진도 참고했고요. 날카롭고 작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인체를 그리는 것 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림이 다 그려지면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2012-10-16

바베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안내

바베큐는 요리의 즐거움을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멀리 놀러 가기는 부담스럽고 그냥 음식점은 식상하다고 생각될 때 가끔씩 바베큐를 하면 추억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야외에서 하는 요리이기 때문에 꼼꼼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간과 장소를 잘 정하고 적절한 음식 재료를 선택해야 합니다. 좋은 맛을 추구하는 것은 일단 성공한 다음에 고려해도 되는 문제이지요.
바베큐란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행사입니다. 연료로는 보통 나무, 석탄, 숯 등을 이용하며 굽는 대상은 고기나 생선, 야채 등입니다.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용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바베큐에는 요리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요리하는 사람이 보통 장비와 요리 재료, 뒷처리를 모두 담당하게 되므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게 됩니다. 요리하는 사람을 도와 심부름을 해 줄 사람이 한 명 있으면 더 좋습니다. 먹는 사람은 요리하는 사람에 비해 자유 시간이 많습니다. 따라서 10명 이상 모이는 큰 규모의 바베큐에서는 먹는 사람이 흥겹게 놀아 줘야만 분위기가 살아나게 됩니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피로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바베큐에 소요되는 시간은 굉장히 깁니다. 요리 재료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데에 반나절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리고 야외에서 바베큐를 준비하고 식사를 마치기까지 반나절 정도가 소요됩니다. 점심에 준비를 시작하면 저녁을 간신히 먹을 수 있을 정도이지요. 대부분의 시간은 불을 피우는데 소모되는 것이므로 좋은 장비를 사용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음식을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장비가 없으면 열심히 바람이라도 불어주어야만 불이 빨리 붙습니다.
장소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바베큐 준비가 되고 나면 어두워져서 장소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근처에 정육점이 있으면 부족한 재료를 필요할 때마다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물이 가까이 있는 강변이나 허가된 캠핑장에서 하는 것이 좋겠지만 옥상이 있는 집에서는 편리하게 옥상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구울 고기로는 돼지 목살이 대중적입니다. 삼겹살은 기름이 많이 떨어지는데, 고기 기름이 불에 닿으면 연기가 나서 눈이 따갑습니다. 음식점에서 먹듯이 둘러앉아 각자 구워먹는 방식이라면 특히 괴롭습니다. 몸에도 안 좋고요. 고기 종류는 굽는 방식과 일정, 분위기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맨날 돼지고기만 먹으면 식상하잖아요. 고기의 양은 약간 부족한 듯 하게 준비해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바베큐 하면 훈제이지만 연기를 내기 위한 나무와 추가 장비가 필요하고, 시간이 많이 듭니다. 요리할 사람이 미리 나가서 일찌감치 준비를 해 둬야겠죠. 훈제가 부담스러우면 직화구이를 해 먹으면 됩니다. 음식점에서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는 것 처럼 하는 겁니다. 솔직히 좋은 숯으로 구워도 별로 맛있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화력이 좋고 소스를 잘 준비해 가면 맛있게 먹을 수 있겠죠.

바베큐 장비는 상식적으로 준비하면 됩니다. 그래도 조언하자면
  • 불 붙일 도구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가스토치, 라이터 기름, 라이터, 펌프, 부채 등등.
  • 숯이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연료는 다양합니다.
  • 바베큐 그릴은 옥션에서 저럼하게 구입해도 나쁘지 않아요. 뚜껑은 골판지 상자를 써도 되겠죠.
  • 알루미늄 호일은 만능입니다. 청소하기 싫은 곳에 미리 깔아 놓으면 좋아요.
  • 편히 앉을 수 있게 돗자리를 넉넉히 준비합니다.
10월 말에 닭 훈제를 해 먹을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하게 되면 후기를 써서 올리도록 하죠.

2012-10-15

타란튤라 사육 환경과 타란튤라 유체의 먹이반응


최근 기숙사에서 타란튤라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생활하는데 너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제 타란튤라의 사육 환경과 타란튤라가 보이는 먹이 반응, 기타 행동에 대해서 써 보겠습니다.

타란튤라는 외국산 거미입니다. 색이 화려하고 관리하기가 간편하죠. 저는 로즈 헤어 타란튤라(Grammostola rosea)를 선택했습니다. 변덕스럽지 않기 때문에 다루기 편하고 쉽게 죽지 않는다(출처)고 합니다. 저는 자주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이러한 로즈 헤어 타란튤라의 특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렙타일리아(링크)에서 로즈헤어 2cm급 유체를 구입해 2012년 10월 6일부터 두 마리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림 1. 사육장(중앙) 두개가 책 사이에 자리잡은 모습. 각각 로즈 헤어 2호(소위 '베인', 왼쪽 사육장), 로즈 헤어 1호(소위 '티모', 오른쪽 사육장)을 한 마리씩 담고 있다. 사육장 밑에는 온도 조절기가 있다.
액정 화면(왼쪽 사육장 아래쪽)과 LED(상단)이 현재 가열중임을 알리고 있다. 
사육장 환경은 위의 그림 1. 과 같이 너무 밝지 않은 곳입니다. 조명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던 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별도로 설치한 것은 없습니다. 바닥재가 건조해 보일 때마다(하루에 한번 정도) 수돗물 30ml를 바닥재 한 곳에 주사기로 뿌려 주는 것으로 습도를 조절합니다. 온도는 자작한 온도 조절기를 이용하여 조절합니다. 온도조절기는 시멘트 저항과 철판, 골판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멘트저항에서 발생한 열이 철판과 골판지를 통해 사육장 바닥으로 전달되는 구조이며 자연 대류에 의해 대부분의 열이 전달됩니다. 순간 최대 출력은 20W정도이며 시멘트저항의 온도가 35.0도에서 40.0도 범위 내에서 능동적으로 조절됩니다. 사육장 내부에는 바닥재로 짚이 깔려 있어 보습과 단열 작용을 합니다. 그 위에 놓인 숯은 은신처 역할을 하는데, 동시에 곰팡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밥그릇으로는 페트병 뚜껑을 낮게 자른 것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뚜껑은 열고 닫을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철망으로 되어 있어 환기가 잘 되고 관찰이 용이합니다. 벽면에는 직경 2mm 정도의 숨구멍이 10개 내외 뚫려 있습니다. 사육장의 높이는 10cm 이하로 되어 있어 타란튤라가 떨어졌을 때 다치지 않게 하고, 관리가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로즈 헤어 2호(소위 '베인', 왼쪽)는 페트병 재질로 되어 있는 사육장에, 로즈 헤어 1호(소위 '티모', 오른쪽)는 전용 사육장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페트병은 두께가 얇아 온도 편차가 비교적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림 2. 밀웜 사육장. 검은 것은 숯덩이다. 흰 종이는 휴지, 갈색 가루는 밀웜 먹이 겸 바닥재.
철사를 구부려 핀셋으로 쓰고 있다.
내가 햄버거를 먹을 때마다 양상추를 조금 꺼내서 잘 씻은 후 먹이로 주고 있다.

먹이는 소형 밀웜을 이틀에 한번 정도 주고 있습니다. 밀웜을 기르다 보면 크기에 편차가 생기는데 당분간 직경 2mm이내인 것을 '가늘다', 직경 3mm정도 되는 것을 '굵다'고 부르겠습니다. 티모는 기르기 시작한지 4일 후인 10월 10일 오후에 가느다란 밀웜을 먹기 시작해 12일 오전, 13일 저녁에 가느다란 밀웜을 한 개씩 먹었고, 베인은 13일 새벽에 굵은 밀웜을 한 개 먹었습니다. 베인의 사육장이 더 늦게 마련되었기 때문에 적응이 늦은 것이라 추측합니다.
로즈헤어는 먹이를 사냥하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가 덮친 후 먹이가 죽을 때까지 다시 기다리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먹이가 가까이 있으면 몇 차례 짧게 이동하는데, 이런 패턴은 먹이가 꿈틀댈수록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 몸집의 수 배에 해당하는 거리를 빠르게 움직여 먹이에게 독니를 박습니다. 이 때 로즈헤어가 밀웜의 머리를 물면 사냥이 빠르게 끝나고, 꼬리를 물면 사냥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보통 사냥은 수 분 내에 끝나서 로즈헤어가 먹이를 끌고 은신처로 돌아가 먹습니다. 하지만 자기 몸집 정도 되는 굵은 밀웜을 상대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한 시간 걸릴 때도 있습니다. 아래는 10월 13일 새벽 베인이 굵은 밀웜을 상대할 때 기록한 것입니다.
밥그릇에 두니 먹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치우다가 실수로 베인에게 밀웜을 던졌다. 베인이 꽤 큰 밀웜을 덮쳤다. 밀웜은 계속 버로우하려 하지만 베인이 꼬리를 물고 있다.
10분이 지나도 밀웜이 발버둥치고 있다.
15분이 지나도 밀웜이 움직인다. 베인이 밀웜을 옮기려 하지만 실패한다.
20분째 밀웜이 살아있다. 베인이 밀웜을 다시 한번 당기려 했다.
25분째 밀웜 꿈틀댐.
30분. 밀웜은 죽은 것 같은데 베인은 그냥 서 있다.
취소 . 아직도 밀웜이 상당히 잘 살아있다.
35분. 밀웜을 살짝 놨다가 다리로 제압한 후 몸통 쪽을 다시 물었다.
40분. 밀웜이 계속 꿈틀댐
50분. 베인이 밀웜을 물고서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사냥 끝난듯. 하지만 밀웜은 계속 움직이는데.
60분 . 밀웜이 아직도 조금씩 꿈틀댄다. 너무 졸려서 더는 관찰 못하고 잤다.
여튼 다음날 일어나 보니 베인이 통통해져 있더군요. 밀웜 시체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

그림 3. 로즈 헤어 2호(소위 '베인')의 옆모습(왼쪽)과 로즈 헤어 1호(소위 '티모')가 벽을 기어다니는 모습(오른쪽). 사육장 벽면을 자주 돌아다니며 벽을 발로 두드리곤 한다. 오른쪽 사진과 같이 다리를 구멍에 넣어보곤 한다.

로즈 헤어 타란튤라가 사육장에 적응하는 동안 가장 자주 보인 행동은 숨어 있는 것과 벽면을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숨어 있을 때에는 숯 사이의 그늘진 곳이나 지푸라기 사이에 숨어 있으려 하고, 몸을 웅크리기도 합니다. 진동을 느꼈을 때 주로 이럽니다. 키보드 타이핑을 하는 정도의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스피커 진동에도 약간 반응하는 것 같더군요. 벽면이나 천장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은 적응이 되려고 한다 싶을 때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림 3의 오른쪽 사진처럼 숨구멍에 다리를 넣어 보기도 하죠. 그리고 물기가 있는 것을 싫어합니다. 바닥재에 물이 맺히는 정도가 되면 벽을 타고 올라가 도망갑니다. 혹은 다리를 입으로 가져가기도 합니다. 털을 정돈하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두 타란튤라가 일정한 시간차를 보이며 같은 행동을 보인다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티모가 천장을 돌아다니면 다음달은 베인이 천장을 돌아다니는 식입니다. 티모의 사육장이 늦게 마련되고 10일에 한번 변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관찰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관찰이 부족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림 4. 로즈헤어 1호(소위 '티모')와 2호(소위 '베인')의 행동 Timeline